성인봉 정상에 오른 횟수가 백 번은 넘은 것 같은데......
두 차례에 걸쳐서 근무하러 섬에 들어 가서 5년 동안 살면서 철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울릉도의 매력에 빠져 버렸습니다.
울릉도 생활의 즐거움 가운데 으뜸되는 일을 꼽으라면 여러 즐거웠던 추억 가운데 성인봉 등반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등산을 할 수 있는 것이 성인봉 등반의 매력이지만,
해발고도가 1천미터쯤 되는 결코 만만치 않은 산이지만 대부분 등산로가 흙길이라서 편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단, 안평전 코스는 너덜이 많아서 물기가 많을 때는 조심해서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 발길에 닳은 나무뿌리를 밟으면 미끄러져서 다칠 위험이 있으니 조심을 해야합니다.
이날도 올라가면서, 넘어져서 이마를 다친 여자분을 만났습니다.
원시림 숲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이 성인봉 등산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짐이 무겁거나 먼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운전을 하기 싫어하는 저는 대부분 걷거나, 달리거나 ,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합니다.
중간에 제법 쉬었지만,
그래도 10년이 넘는 마라톤 경력 탓인지 지금도 몇 십 킬로미터쯤의 거리는 제 발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무모한 자신감이 아니라 먼 거리를 걷거나 달려서 가는 일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습니다.
마라톤 풀코스의 거리인 42.195 킬로미터를 출발선에만 서면 완주를 하다가,
그 거리를 넘어서,
100킬로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하여 다섯 번 완주한 뒤에는 일 이십 킬로미터쯤은 그냥 걸어서라도 다닙니다.
울릉도의 섬 둘레가 40 킬로가 훨씬 넘는다지만,
정기적으로 차가 다니는 도로는 37-8 킬로 미터쯤 됩니다.
물론 내수전 꼭대기까지와 석포 윗길까지를 다 보태면 40킬로는 될 것 같습니다.
10여년 전에 울트라마라톤 연습을 할 때,
저동에서 도로를 따라 섬목까지 갔다가 다시 저동으로 되돌아 온 적이 있었습니다.
약 74킬로미터쯤 되는 거리였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많고 경사가 심한 울릉도의 도로를 생각하면 만만한 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때는 지금보다 10년 정도는 젊을 때 였으니 겁없이 달렸습니다.
이번 여행 내내, "아 이제 내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등에 무거운 장비를 짊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전에는 겁없이 다녔던 거리가 엄청나게 멀게 느껴지기만 했습니다.
성인봉 등반은 일부러 안평전 코스를 선택하여 올라갔습니다.
도동의 대원사 코스나 사동의 KBS 중계소 코스를 두고 안평전 코스를 택한 것은,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
이왕이면 등산도 하면서 곤충사진도 찍으려는 욕심때문이었습니다.
도동에서 새벽에 남양으로 이동하여 지인의 사택에 짐을 맡겨 두고 등산을 나섰지만,
남양의 식당은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곳이 없어서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한 채
전날 저녁에 울릉도에 근무하고 있는 아우님들과 만난 자리에 참석한,
사교성 좋은 김여사가 조주해 준 소맥 몇 잔을 마신 것 까지 원인이 되어,
울릉터널 입구에서부터 걸어서 안평전을 거쳐 성인봉에 올라가는 길이 무척 힘들었습니다만,
산 속에 들어서서는 근심 다 내려놓고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다녀서 저절로 힐링이 되었습니다.
바람등대에서 내려다 본 사동항쪽입니다.
올해는 곳곳에 마가목 열매가 많이 달렸더군요.
이 나무도 빨리 자라는 나무라서 가지를 치지않고 그냥 두면 곧 시야를 가릴 것 같습니다.
성인봉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오른쪽 분은 재미교포인데 혼자 산에 올라와서 그냥 내려가시다가,
저를 보고 기념촬영을 할려고 다시 올라오셨다고 하더군요.
성인수입니다.
물맛이 기가 막힙니다.
이런 나무들은 생명의 끈질김을 보여줍니다.
투막집이 있는 알봉분지입니다.
나리분지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