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색나비를 만나다.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늦잠을 잡니다.
날씨가 더워서 뒤척이는 것도 아니고,
밤 11시쯤에 자도 아침 다섯 시가 훨씬 넘은 시각에 일어납니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면 아침 운동이나 곤충 사진 촬영을 여유롭게 할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잠을 여섯 시간 이상이나 자고 일어나도 몸이 별로 개운하지 않습니다.
불을 켜두고 그대로 잠들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하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잠을 자는 방식의 문제일 테니 일단 다 정리하고 불을 끄고 누워야겠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모처럼 좀 달릴까 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카메라를 넣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한 시간 정도 타다가 요즘 제 곤충사진 스튜디오라고 할만한 참나무 근처에 갔는데,
나무 밑 부분에 큰 나비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인기척에 혹시나 날아가버리면 말짱 황이 되니,
카메라에 장착되어 있던 105밀리 매크로렌즈를 빼고,
200밀리 매크로 렌즈로 갈아 끼우고 살금슬금 접근을 해서 들이대니,
어두운 곳이라서 그런지 "지직" 거리면서 촛점이 잘 맞질 않았습니다.
"리밋"을 해제하고 "풀"로 바꾸어서 반대편 밝은 곳으로 방향을 돌려 가초점 상태를 유지한 채 나비에게 렌즈를 들이댔더니,
아뿔싸, 나비가 너무 커서 화면에 넘칩니다.
뒷걸음질 쳐서 다시 105밀리 렌즈로 갈아 끼우고,
다시 접근하였는데,
먹이를 먹는다고 가까이 다가 선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여 "다다다......." 연사 모드를 작동하여 찍었습니다.
이리저리 움직여 주고,
작심하고 모델이 되어 줍니다.
아래 내용은 나비 도감의 설명을 옮긴 것입니다.
왕오색나비는 전국의 숲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나는 여태 보질 못했지?)
나무 진을 좋아아며, 젖은 땅에 앉아 물을 빨아먹기도 합니다.
오후에 나무 꼭대기에서 점유 행동을 하며, 주위에 날아오는 새를 쫓아내려고 뒤따라 가기도 합니다.
애벌레는 먹이식물의 낙엽 아랫면에서 겨울잠을 잡니다.
이름처럼 크기가 대단합니다.
100-110-mm 정도의 크기입니다.
먹이는 팽나무나 풍게나무입니다.
6-8월에 주로 보입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자전거용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풀모기에게 100 방 정도 물렸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붉게 부풀어 오르고, 가렵고......
그래도 나비 사진을 한 종 추가하였으니 지금까지도 입은 귀에 걸려 있습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여서 오색나비라고 하는데,
왕오색나비는 오색나비보다 덩치가 더 큽니다.
주둥이가 둥글게 잘 말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