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예주고을 이야기
괴시마을의 7월
황포돛배
2013. 7. 17. 15:02
마을이 늘 그 곳에 있으니 지나가던 계절이 길손처럼 찾아오는 건가요?
이곳에 온 지 다섯달쯤 다되어갑니다만 바로 눈 앞에 있어도 사진기를 들고 갈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어쩌다 아침 나절에 둘러본 괴시마을 모습입니다.
능소화가 담장에 기대어 피어 있고,
바깥 소식이 궁금한 지 접시꽃은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석류는 그리움을 담아 익어가고 있고
집을 떠나있던 사람들이 마을로 돌아와서
이제는 불쑥 아무 집이나 드나들지 못합니다.
제겐 구경거리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이니
남의 사정을 함부로 들여다보는 것은 큰 실례입니다.
이번에도 스무 다섯 해 전에 세들어 살던 집 근처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왔습니다.
그 때는 새로 지은 멋진 기와집이었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지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으니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세월 탓만이 아니라도 먹먹해집니다.
며칠 동안 글을 올리지 못하니
자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미안하여 소품사진이라도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