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지척이지만........
수십년 세월을 빙빙 돌아왔지만,
영일군 대송면 동촌동인 고향을 지척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조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에 따른 공업단지 수용으로 철없는 나이에 고향을 떠난 지 43년이 지났습니다.
1968년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때 우리 동네가 포항종합제철부지로 수용이 되는 바람에 강제 이주를 당했습니다.
이미 그 이전부터 시작하여 진행되던 공사판을 기웃거리며 보고 들은 충격적인 것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중장비로 밀어부치던 공사판에서 어린 나이에 볼 것 못볼것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철거민 가운데 일부는 인근지역인 오천면 문덕리나 대송면 남성리쪽으로 집단으로 이주를 해서 살았지만,
빈약한 보상 때문에 별다른 터전이 마련하지 못한 우리집은 아버지 고향인 감포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제철공장 근처를 지나다녔지만 이상하게도 어릴 때 일이 기억이 나지않습니다.
성장기에 고향을 빼앗긴 것이,
인생의 별다른 굴곡이 없는 제게는 유일하게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면 철이 들 무렵이었으니 자랄 때 일들이 생각날 법도 한데,
제 유년기의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려 복원이 되질 않습니다.
그 고향이 지척이지만,
흔적이 남아있지 않으니 돌아갈 수 없는 꿈 속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낮에 해맞이공원에 잠깐 올라가서 포스코쪽을 내려다봤습니다.
거대한 공장이 들어선 어디쯤엔가 내가 살던 집과 마을이 있었을텐데 어디쯤인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오후에는 하계 입영훈련을 앞두고 집에 잠깐 다니러온 막내를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고,
아내와 함께 가까운 운제산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몇 년 전에 포항 운제산에서 경주 토함산까지 산길을 따라 걸어갔던, "운토종주"를 시작했던 곳이라 기억에 새로웠습니다.
멀리서 쳐다본 사진을 몇 장 올립니다.
최근에 소식을 알게된 고향 불알친구 최목사, 그리고 동기생인 사바하, 겨울바다 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을 올립니다.
사진 중에 몇 장은 워낙 시계가 나쁜 오후에 찍은 사진이라서 "뽀샵질"을 좀 했습니다.
크롭이나 뽀삽질은 정말 싫어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언제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여름철에 소나기가 내리고 난 뒤 시계가 맑을 때나,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청명한 날에 가서 다시 한 번 사진을 찍어보겠습니다.
운제산 등산로에 있는 농장입니다. 해맞이공원 전망대입니다. 사진 속 위쪽 바위가 운제산 대왕바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