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겨울 진객 흑기러기
신항만으로 갈 때는 씽씽 달릴 수 있는 아스팔트 포장길을 두고 늘 울퉁불퉁한 바닷가길로 다닙니다.
그러면 가는 길에 붉은부리갈매기나 청둥오리떼를 만나기도 하고 참새류의 작은 새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지난 번에 산책을 하다가 눈으로만 봤던 흑기러기 두 마리를 다시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차를 마을 앞 공터에 세워두고 언덕 위에서 사진을 찍다가,
바닷가로 내려와서 몇 컷 찍고나니 배터리가 다 나가버렸습니다.
차 안 카메라 가방에 예비 배터리가 있었지만 그만 찍으라는 뜻으로 알고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멀리서 사진을 찍는다고해도 민감한 새들은 다 알아챕니다.
알아챈 뒤에 계속 머물며 렌즈를 들이대는 것이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기에 가끔씩은 미련없이 장비를 거둡니다.
몇 장이라도 사진을 찍었으니 목적을 이룬 만족감일 수도 있고,
모델이 되어준 작은 생명체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습니다.
새사진을 찍다보면 나름대로 노하우를 얻게 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거리가 멀고 광선 등의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우선에 몇 장 찍고 보는 겁니다.
그런 다름에 가까이 접근을 하면서 추가로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새들이 눈치를 채고 날아가 버리므로
그야말로 말그대로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됩니다.
"놓친 열차가 아름답다"는 연극 제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찌 그리 애통한지......
그래서 제 경우에는 멀리서라도 우선 몇 장 먼저 찍어 둡니다.
그리고 미리 장비를 세팅해서 차에 싣고 다니는 것입니다.
귀한 새를 만났을 때,
가방에서 장비를 꺼내고, 세팅을 하다보면 "철새는 날아가고......" 입니다.
영일만신항 근처의 흑기러기입니다.
머리 부분의 색깔이 더 짙은 것이 성조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미성숙 개체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