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

진눈개비가 내리는 성인봉 등반

황포돛배 2009. 12. 14. 17:52

이번 주말인 금요일에는 배가 오지 않았습니다.

두 주일만에 집에 가려던 기대가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쉬운대로 토요일날에라도 나가려고 했는데,

배가 들어왔지만 나가지 않고 일요일날 오후에 나갔습니다.

결국 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토요일날에는, 배가 들어온다기에, 나갔다가 일요일날 오전에 들어올려고 오전에 섬둘레를 돌다가 도동으로 왔지만,

당일 기상이 나쁘다고 출항을 하지 않는 바람에,

뒤늦게 문자 연락을 받고는 어깨가 축쳐저서 오후에는 저동에 새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일요일날에는 서른 다섯번 째 성인봉에  올랐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다가 진눈개비는 내리고,

마음은 또 쓸쓸한데 온갖 생각이 다 나더군요.

혼자 구성지게 지난 시절에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산을 내려왔습니다.

산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비가 세차게 쏟아져서 옷이 다 젖었습니다.

 


나리분지로 내려가서 난로불에 옷을 말린 뒤 비빔밥에 씨앗 동동주 반 되를 반주로 곁들여 마시고,

마을버스를 타고 천부로 내려와서 현포까지 걸어가면서 바닷가 풍경사진을 찍고 있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친목회 총무를 맡고 있는 후배 박선생님이,

"한 시간 안으로 학교로 빨리 오라"고 합니다.

수육을 삶았다고 같이 먹자고 합니다.

 


육지로 못나간 우리를 배려하여 수고한 고마운 마음씨에 가슴이 짠해져서,

 사진을 찍다가 중간에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음식을 먹고 교무실에 들어오니 제 앞으로 온 우편물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남해 근무시절의 제자가 보낸 편지입니다.

 

맥이 탁 풀리도록 섬살이가 지겨워지고,

이런 선택을 한 자신이 미워지는 주말입니다만 피할 수 없으니 즐겨야겠지요?

배는 월요일인 오늘도 들어오지 않아서 미리 나간 동료들은 아무도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눈치를 본다고 과감하게 미리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나가 있어도 마음이 불편하여 죽을 맛입니다.

 


섬살이는 이래저래 고달프지만 고마운 분들이 베푸는

정으로 견디어 냅니다.

 

 

성인봉 전망대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발아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등반  증거샷으로 찍은 성인봉 표지석입니다.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조미료 같이 가는 눈이 내렸습니다.

 

 

 

 

 

 

 

 

 

 

 

 

 

 

알봉분지 전망대에서는 조금씩 아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데 이렇게 알봉분지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투막집 앞에서 올려다 본 미륵봉쪽입니다.

 

 

 

 

 

 투막집을 넣어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산자락에는 안개와 함께 진눈개비가 쌓여서 희게 보이더군요.

 

 

 

 

천부로 내려오는 중간에 잠깐 차에서 내려 찍은 나리분지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