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흰소리

딸의 운명은 엄마를 닮는다?

황포돛배 2009. 6. 11. 08:56

애가 곧 결혼을 합니다.

처음에 결혼식 날짜를 잡을 때는 제법 남은 것 같더니 이제 열흘 정도 남았습니다.

저는 섬에 있으니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모든 일을 제 어미인 집사람이 다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도 이런저런 준비를 잘해나가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언젠가 아내가 농담 삼아,

딸들은 자신의 운명을 담지 말았으면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일찍 저를 만나 결혼을 한 것 때문에 후회를 하는 줄 알고,

제가 변변하게 남편 노릇을 해주지 못해서 원망하는 줄 알고,

그래도 뭐 그렇게까지 말할 게 있느냐는 섭섭한 생각에 발끈하면서 이유를 물어보니,

장차 딸들이 결혼을 하면 자기처럼 남편과 떨어져 사는 것은 절대 반대라는 말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결혼생활 스무몇 해 가운데 겨우 6-7년을 한 집에서 같이 살았고,

나머지 기간은 대부분 떨어져서 지냈습니다.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는 늘 떨어져 있으니 남들이 겪는 권태기는 없다고 자랑삼아서 말했지만,

한참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육지에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지만,

이전에 3년을 포함하여 햇수로 4년째 섬에 살고 있으니,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없는 처지라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제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온 것도 아니고,

남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섬에 들어왔지만 견디어야 할 어려움이나 외로움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처음에 들어올 때는 그래도 희망에 부풀어서 지냈지만 두 번째 들어온 지금은 막막할 뿐입니다.

 

아이의 결혼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만

딸아이는 아내처럼 살지 않고 지아비와 이마를 맞대고 오순도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어도 떨어져 지내는 보상으로 대단한 것이라도 얻는 것처럼 여겼지만,

지나고 보니,

'인생 뭐 있나' 싶습니다.

 

제가 살아온 방식을 후회를 하지만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아내의 탄식처럼,

딸은 어미의 운명(팔자)을 닮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