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노루귀입니다.
처음 섬에 들어올 때는,
이전부터 알던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레임도 컸지만,
이전에 제가 제대로 담지 못한 뫼꽃이나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에 마음이 더 들떴습니다.
그러나 짧은 기간이지만 곳곳을 둘러보고 나서는,
다니기 편리하게 말끔하게 단장된 대신에,
길목에 있던 크고 작은 뫼꽃들은 시멘트 길에 밀려나 버려서 섭섭하고 아쉬웠습니다.
자연을 최소한도로 훼손하고 다니기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옳은 지,
관광객들을 포함한 사람들이 다니기 편리하게 반듯하게 길을 내는 것이 옳은 지,
계발만이 능사가 아닐텐데 어디까지가 한계인가 하는 회의가 들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겹쳤습니다.
어제는 내수전에서 석포를 거쳐 섬목으로 가는 산길을 거쳐 천부까지 걸어갔다가 막차를 타고 도동으로 돌아왔습니다.
섬목에 있다는 알바트로스를 찍으러 간다고 무거운 렌즈가 달린 장비가 든 배낭을 둘러메고 산길을 걸어갔습니다.
도동에서 부터 걸어서 저동에 가서,
바다새 사진을 좀 찍고,
다시 내수전을 거쳐 산길로 석포의 지게등까지 걸어가서는,
오른쪽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서 옛 석포초등학교 운동장터를 지나서,
이웃의 석포 침례교회 앞을 지나 다시 오른쪽으로 꺽어진 길로 접어들어서,
가파른 꼬부랑길을 타고 내려가서 섬목 선착장에 닿았습니다.
가는 길에 등에 짊어 진 장비 무게 때문에 어깨가 아팠지만,
길을 가다가 발 아래 까마득하게 보이는 짙푸른 바다와,
산모퉁이에서 처음 만난 이름 모를 낯선 버섯을 보고,
또 다른 뫼꽃을 보면서 혼자 여유롭게 다녔습니다.
학교에 포토샵 시디가 없어서 찍은 사진을 편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만 그래도 우선 올려 봅니다.
처음에는 노루귀인줄 알았는데 그냥 노루귀가 아니라 섬노루귀입니다.
꽃은 흰색과 분홍색이 있는데,
꽃대만 쑤욱 올라오는 육지의 노루귀와는 달리 꽃이 필 때 이미 노루귀를 닮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잎을 달고 있고,
지난 해의 묵은 잎도 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그 동안에 섬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밀려서 우선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