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흰소리

미친넘이 아니라니까요

황포돛배 2008. 10. 31. 19:20

아이를 때린 초등학교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왔습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그 사건에 대해 왈가불가 할 일은 없습니다만,

그 사건이 매스컴에 보도된 이후에 올라온 그 비슷한 내용의 블로그 글에 단 댓글을 읽으면서

교사로서 아이들을 함부로 대했을지도 모를 저의 허물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건 아닌데 하는 혼잣소리를 자꾸 지껄이게 됩니다.

 

먼저 밝히자면,

저는 선생입니다.

고등학교에 근무를 하고 있고, 스무 다섯해 정도의 교직생활 대부분을 생활지도 부서에서 일했고,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몇 년 째 생활지도부장(요즘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부를 이렇게 칭한다)을 맡고 있습니다.

보직교사 중에는 3D 부장입니다.

아이들도 밥맛 없어 하고, 같은 동료교사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간혹 학교 이야기를 다룬 연속극이나 영화를 보면 생활지도부에서는

말 않듣는 아이들을 사정없이 패지만 요즘 학교 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아이를 팼다가 말썽이 나면 물어 줄 돈이 없어서 그러지도 못합니다.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인권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고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사람대접 해주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내려 온 지침을 보면 그 정도가 지나친 것도 더러 있습니다.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해주라는 기본 정신에는 동감을 하지만,

학교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분들이 너무 인간적이라서 존경심이 팍팍 생깁니다.

따지고보면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일이 마냥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부모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부모된 마음이라는 것은,

부모라는 사람 중에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하면서 자식을 개패듯이 패는 이상하거나 나쁜 부모는 제욉니다.

 

지금 학교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선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당연히 질책을 하지만,

흥분해서 쌍스런 말을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먼저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해서 학교에 책임을 묻습니다.

당연한 말이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예상되는 사고에 대한 대비 소흘이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교사와 학교측에 책임을 묻는다 이 말입니다.

친구들끼리 싸웠든,

누가 던진 물건에 맞아 눈을 다쳤든,

복도 난간을 타고 내려오다가 쳐박혀서 팔이 부러졌든,

심지어는 미끄러운 복도를 뛰어가다가 부딪혀서 다쳐도,

그 일이 수업 시간 중에 일어났든,

쉬는 시간에 일어났든, 점심시간에 일어났든지 간에 책임 지는 정도의 차이는 다소 다르지만,

초등학교는 담임과 학교가, 중고등학교는 담임을 포함한 학교에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물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보니 별별 아이들이 다 있습니다.

자신의 부주의로 다치는 것은 물론이고 남에게 번번히 피해를 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말로 타이르면 잘 듣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는데도 교사가 지나치게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억박지른다면,

그런 교사는 자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겠지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선생들 간댕이 참 작습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가끔 큰소리를 치지만 누가 불쑥 나서면 먼저 움추려드는 게 대부분의 선생들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앞에서 말씀을 드렸듯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무조건 선생이 책임을 져야합니다.

집에서라면 문제가 다르겠지요?

 

지금은 저도 많이 닳았지만, 한 때는 그런 걱정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안이나 밖이나 늘 사고의 위험에 처합니다.

많이 움직이고, 많이 설치기 때문에 몸을 다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또 사소한 부주의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합니다.

방학 때 놀면서 월급 많이 받는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더러 계시겠지만,

집에서 아이들 한 둘 키워보면 사람을 다루는 일이 결코 쉽지는않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옛날에는 선생 응가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속이 탈대로 탄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지요.

 

굳이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요즘 아이들 다 귀합니다.

집에서 소위 말하는 대접을 받고 자랍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분분의 부모님들은 자기 아이들을 잘 모르십니다.

소크라테스라는 고대 그리스의 현인(賢人)이 왜 '자기 자신을 알라 '라는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했는지를 저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윤리인가 사회수업 시간에 그 유명하다는 사람이 이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속으로,

'글마 미친넘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자신을 모르 게 자신이고, 가장 자기 자식을 모르는 게 부모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럴까요?

그래서 ' 남의 눈에 티끌은 보이고 제 눈에 대들보는 보이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집에 아이들 한 두 서넛만 있어도 얼마나 정신이 없는 지 아시지요?

갑자기 아이 또래의 손님이라도 닥치면 대부분의 집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됩니다.

그런데, 그 고집 세고 똑똑한 아이들 서른 명쯤 모아 놓은 교실은 어떨까요?

궁금하시면 몰래 학교 근처에라도 한 번 가서 쉬는 시간에 한 번 살펴 보시지요.

그야말로 난장판입니다.

나 아닌 남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그런 걸 가르치지도 않으니까요.

자 그렇다면 학급을 맡은 선생이 날마다 벌어지는 이런 북새통을 보고 그냥 둬야 할까요?

쫑알쫑알 잔소리(?)를 해야할까요?

 

그저께는 어느 여자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체벌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올라왔다고,

선생인 저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더군요.

 

지금 중고등학교는 선생의 통제력을 벗어난 아이들이 상당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선생조차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합니다.

경찰에게도 대드는 아이들인데 만만한 선생쯤이야 쉽게 대들 수 있지요.

 

지금 벌어지는 여러 사태는 선생의 반성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의 개념탑재도 필요합니다.

마구 버리고, 마구 소리 지르고, 마구 뛰어다니고........

적어도 여러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곳에서는 정숙을 유지해야 하고,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않됩니다.

그걸 알고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지키는 것을 우습게 생각합니다.

 

인간성의 문제이고 됨됨이의 문제입니다.

사람이 누구나 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기본은 갖추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것들을 깨닫게 해 줄 수 있을까요?

말로 타일러서?

감동을 주는 가르침으로?

그렇게만 된다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화만 하면 다 해결이 되니까요.

그렇게 되지 않을 때가 문제입니다.

모르고도 듣지 않고,

알고도 지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미친 척합니다.

배구 수업 시간에 서브를 넣는 시범을 보일 때는 몇 번은 제대로 넣다가 한 두 번은 공이 터져라고 세게 때립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눈치(?)를 채고 웃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비교육적이지만 욕도 가끔합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욕을 좀 하겠다고, 욕을 해도 되느냐고 묻고난 뒤에,

그러니까 대충 양해(?)를 구한 뒤에 그리 심하지 않은 상소리를 합니다.

아이들이 웃습니다.

체육관 수업을 할 때는 더러 고함을 지릅니다.

사용하고 바닥 청소를 하지 않거나, 환기를 시키지 않거나, 공을 갖고 놀다가 아무렇게나 던져두는 경우 등입니다.

고함소리가 체육관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체육관이 쩡쩡 울리도록 큰 소리를 지릅니다.

 

아이들이 실실 웃으며, '저 인간 스트레스 단단히 받았구나' 하고 조심을 합니다.

 

무조건 호통을 치는 것보다는 아이들과 소통을 해야하는데,

왕년에 어느 어른이 즐겨 쓰시던 말처럼,

계급장을 떼고 힘으로 한 판 붙으면 됩니다만 혹시라도 깨지면 그 후유증이 엄청나므로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을 씁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호소를 합니다.

이럴 때 솔직함은 큰 무기입니다.

약점을 인정하고 고치겠다는 약속을 하면 됩니다.

솔직하게 다가서면 이야기가 의외로 잘 먹힙니다.

또 평소에 나무라는 것과 함께 아이들의 아픔이나 상처를 잘 살피고 보듬어주어야 합니다.

눈치가 빠른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지 건성으로 대하는 지 잘 압니다.

함부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선생이라는 직업은 스트레스를 제법 받는 직업입니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말입니다.

그런 스트레스나 중압감,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나름대로 적절한 해소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술은 몸이 많이 상합니다.

저도 한 때는 술 마시는 핑게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후유증이 적잖이 남고 건강도 해치기 쉽습니다.

아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늘수 있습니다.

 

술 이외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미칩니다.

적당히 미치니 짜증스럽던 근무가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