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옛날 영화를 보듯이......

황포돛배 2008. 9. 29. 15:22

 

옛날 영화를 보듯이......


꽤 오래 전이었지

아직도 가슴에 불씨가 남아있던 시절

늦가을이었지 아마,

커피를 마시러 들렀던 그 방

때늦은 방문객을 주인은 웃으며 맞아주었지

마음속 깊은 이야기는 숨겨야 했기에

쳐다보며 늘 웃기만 했었지

사람 좋은 주인은 커피 향을 이야기했고

용기 없는 나는

그대 눈 속에 머물고 싶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했네


세월은 낯선 곳에 나를 세워놓고 가버렸나


늦은 시간에 술을 마셨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는 이제 삼킬 수 있네

쓴 술을 마시면서

나를 감출 수 있는 가면 하나를 얻었네


이제 그대에게 보여줄 것은 더 이상 없네

옛날 이야기뿐이네

낡은 필름처럼 때때로 토막 나는

내 이야기,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