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가면
황포돛배
2008. 9. 23. 17:55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가면
스스로 구르는 힘을 키우지 않고서
앞바퀴를 따라 생각 없이 그저 굴러
날마다 눈을 뜨면
따르거나 따라야 할 앞바퀴는 늘 있었으나
따라가다 놓치고 나니
미리 정해진 길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타넘지 못하도록 외로움의 턱은 높아
오도가도 못하는 어설픈 세상살이
멈출수록 넘어야 할 턱이 점점 더 높아지는데
오래 전에 몸체를 떠나 마름대로 굴러 가버린 당신
숨어버려 찾을 수 없으니
낮은 곳으로 가는 것들이 다 모이는 바다로
날마다 당신을 찾아 언덕을 넘어가는데
바다를 닮은 당신은
어둠보다 깊은 바다 속에 숨어버렸는지 보이지 않아서
눈물을 닦으며
노을 지는 거리로 돌아오고
혼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도록 길들여져 있으니
헛바퀴 같은 세상살이
강퍅한 이 도시에서
바큇살의 팽팽한 힘과
내 몸 묵직한 무게를 견디어 낼 공기를 채워
턱을 넘도록 혼자 힘차게 바퀴를 굴릴 수 있을까
자전거에서 내리면
찾던 바다를 만날 수 있을까
눈앞은 바다 속 같이 검은데
낯선 길이 저만치 떨어진 곳으로 이어져있으니
생의 어느 길에서 물처럼 낮게 흘러서 쉽게 바다에 다가설 수 있을까
바다 속 같은 길 어귀에서
외바퀴 자전거를 타고 당신에게로 빠르게 갈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 다 버리고
제 힘으로
바람처럼 길 아닌 곳으로도 쉽게 다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