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불면증
황포돛배
2008. 6. 25. 16:54
불면증
저녁 늦게 등 푸른 생선회를 먹은 날에는 쉽게 잠을 자지 못한다. 해 질 무렵 섬의 동쪽 하늘을 난데없이 나타나 덮고 있던 짙은 층층이 구름의 아랫도리를 붉게 적시던 노을이 유리창에 남은 붉은 불빛이 누워 있는 내 아랫도리를 자주 훑고 지나가고 눈이 아려 한쪽으로 돌아누울 때마다 바다는 뱃속에서 흰 거품을 일으키며 출렁거리고 샛바람이 등을 사납게 밀어댄다.
회칼에 맨 먼저 잘려나간 생선의 뾰쪽한 주둥이가 날카로운 창날이 되어 위벽을 갉아 통증이 일기 시작할 무렵에는 바라보는 천장의 불연속 무늬들이 잔고기 떼가 되어 무리를 지어 재빠르게 어둠 속으로 숨는다.
몸뚱이 안의 어느 뼈 근처에 끝을 단단히 매단 내장이 밖으로 밀려나오지 않으려고 서로 몸을 비비다 미끄러지면서 속에 파랑주의보가 내리고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날마다 보았던 바다가 한꺼번에 기억 속에서 뭉쳐진 묵은 그물로 엉키어들 때 끝을 찾아내는 일은 고된 노동이어서 일찍 손을 놓을 수 없다.
방 속의 어둠보다 더 깊은 어둠이 바다 깊은 곳에서 까맣게 밀려나와 망막을 덮을 때 수압을 견디지 못하는 몸속의 갈비뼈 아래로 한 차례 저릿한 통증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