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섬에서 쓰는 편지 4

황포돛배 2008. 6. 25. 15:57
 

섬에서 쓰는 편지 4


푸른 봄이 먼저 바다를 건너서 왔다

꿈속에서 가끔씩 보이기 시작하는 흰 머리카락

깊어진 눈 밑 주름이 먼저 웃는

얼굴 하나

생각이 나서

설익은 햇살 앞에 나서도 자주 어지러워

눈가까지 젖어드는 오전

눈길이 닿는 곳마다 흐릿해지니

맵게 외로운 하루

바람은 기껏 나무 잎이나 흔드는데

먼저 일어서는 눈길을 따라

푸르러만 가던 강물

긴 속의 꼬리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간밤에 몰래 비가 다녀갔다고

분홍 꽃잎들이

물에 젖은 채 땅 위에 내려앉은

이 봄도

예사롭지 않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