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빨리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월요일 아침에 올라오는 길에 7번 국도를 지나오면서 운전을 하는 중간 중간에 잠깐씩 곁눈질을 합니다. 삼사해상 공원을 지나올 때쯤에는 해가 이미 바다 위로 꽤 올라와 있는데, 은빛바다에서 아침을 건지는 배들이 그림처럼 보입니다. 남의 치열한 삶도 한 발 비켜서서 보면 아름답게도 보입니다. 가끔씩.
아침 근무 시간에 맞추어 올라오자면 더러는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무 개도 넘는 신호를 어기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신호를 꼭 지키는 것은 제가 선생이거나 도덕군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켜야하는 규범입니다. 그런데 당연하게 지켜야하는 그걸 어줍잖게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인데요, 교통사고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고를 하는 일이 사전에 여러 번 있답니다. 이 말의 본래 뜻은 잘못된 운전습관이 누적되면 사고를 일으키기 쉽다는 말입니다. 운전을 하지 않는 여러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하면, 학교생활에서나 집에서나 남이 보지 않아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가 보지 않지만, 옛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먼저 압니다. 하늘이 알고요.
양심에 부끄럽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 교과서에 나왔던 내용인데요, 레오 톨스토이의 소설일겁니다. 제목이 God to see but wait. 일겁니다. 이렇게 자신이 없이 이야기하는 까닭은 내용은 오래 기억되는데 글의 제목은 어렴풋하거든요.
한 장사꾼 사내가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먼 곳으로 장사를 떠나는데, 아내가, 당신이 머리가 허옇게 되어 돌아왔다는 지난밤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하면서, 말립니다.
그러나 사내는 오히려 돈을 많이 벌 좋은 꿈이라면서 걱정을 말라는 말을 남기고 먼 장사 길을 나섭니다. 온 종일 길을 가다가 중간에 여관에서 잠을 자는데, 뜻하지 않게 다른 장사꾼을 죽이고 돈을 뺏은 범인으로 몰려 유형지로 끌려갑니다.
좌절과 분노로 오랜 세월을 보낸 사내 앞에, 다른 잘못을 저질러 잡혀온 옛날 그 사건의 실제 범인이, 자신은 이번에 잘못한 일도 있지만 이미 오래 전에 강도짓을 했는데도 운이 좋게 잡히지 않았다는 고백을 듣고는, 죽이고 싶도록 밉지만, 이미 세월은 너무 흘러버렸습니다.
"신은 진실은 아십니다, 그러나 기다리십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좋은 일을 했는데도 남이 알아주지 않아 속이 상하거나, 남이 보지 않는다고 나쁜 마음을 먹을 때 한번 되새겨 보면 약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짬을 내서 잠깐씩 즐기는 여가입니다.
물론 공부도 해야겠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공을 차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도, 소설책을 한 권 읽는 것도 다 쓸데없는 일이 아닙니다.
노는 것이나 공을 차는 것이나 음악을 듣는 것이나 소설책만 읽으면 문제이지만요.
앞으로 세상을 사는 데는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성공한다지만, 먼저 기본 소양은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다음에는 가끔씩 곁눈질을 할 때도 당당하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