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붓가는대로 쓴 글

고향집에 다녀와서

황포돛배 2008. 6. 25. 10:14
 

오랫만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오래 전에 초등학교 동기별 축구대회를 한다고 다녀가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졸업을 한 지 서른 해가 지났지만, 제 아이들이 잠깐씩 그 학교를 다녔고, 집사람이 육 년을 근무한 탓에 학교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아도 그리 낯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흐른 세월의 흔적을 얼굴에 담고 만난 선후배간에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경기는 격렬했으나 상대편 기수 응원단에 찾아가서 인사를 하는 보기 좋은 장면도 많고, 개인적으로는 선후배들과 오랜만에 만나 옛날 기억을 되새기며 잠시 회상에 젖어보기도 했습니다.

경기결과 프로 수준의 친구를 데려온 제 초등학교 동기들이 우승을 했습니다.

대학과 실업팀에서 선수로 뛴 친구는 나이가 사십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공을 질러 주면서 경기를 이끌어 갔습니다. 나이가 쉰이 되어도 여전히 열심히 뛰고 후배들과 당당하게 어울릴 수 있게 체력을 다듬은 몇 년 선배들이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중학교와 연합 기수로 편성을 하는 바람에 저는 초등학교 한 해 후배인 중학교 동기들과 한 팀이 되어 공을 찼는데, 공교롭게도 제 초등학교 동기들과 붙는 바람에 초등학교 동기회에서 제명을 해버린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공부 못해서 한 해 놀다 들어간 게 죄냐고 웃으며 항의를 했고...

우리 기수 동기들은 두 경기를 하고, 마치고,

...........


저는 잠시 고향집에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는 마루에 먼지가 두껍게 쌓여있었고, 오래 전에 온 우편물들이 마루 한 구석에 무더기로 놓여 있었습니다. 두 달 전까지만 하여도 어머님께서 고향에 계셔서 주말마다 들렀는데...

어머님은 두 달째 병원에 계셔서,

집이 비어 있으니 참 쓸쓸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고향에는 기다리는 이가 없습니다.

두 해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오래 자리에 누워 계셨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마다 찾아뵐 수 있었는데...

아버지는 고향 뒷산에 누워 계시지만 말씀이 없으시고...


웃고 반가워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제 쓸쓸함은 줄지 않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모두 고향에 살고 있지만,

이제 언젠가는 고향을 떠나서 살거나,

부모님들이 먼저 떠나시거나...

자주 고향에 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영양이나 영덕이나 봉화나 청송이나 또 다른 곳이나, 여러분의 고향은 모두 아름답고 소중한 곳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여러분이 순수하고 맑은 심성을 지닌 것은 열심히 사시는 부모님과 말없는 자연에게 배운 것 일겁니다.

호손의 소설 "큰바위 얼굴"을 이미 읽으셨지요?

자연이 주는 교훈을 잘 나타내고 있고, 가치로운 삶이 어떤 것인가를 함축하여 이야기해준 걸작이지요.

아름다운 고향 풍경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고, 자연이 주는 많은 선물을 늘 감사하면서 삽시다.

부모님들이나 친척들이 살고 있거나 낯익은 친구들이 있는 고향은 소중한 곳입니다.


제 쓸쓸함은 모두 제 탓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날씨도 맑은데...

저는 다분히 감상적입니다.

겉모습과는 다른 면입니다.

부끄럽지만 이것도 제 한 부분입니다.

다음에 또 글 올리겠습니다.

오늘부터 시험인데 잘 치십시오.

아니지요, 공부한 만큼이라도 꼭 맞추십시오.

........




글쓴시간 : 00/05/01 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