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동시

길을 잃고 따라오는 달 하나

황포돛배 2008. 6. 25. 09:45
 

길을 잃고 따라오는 달 하나


함께 놀자고 불러 낸 해는

산 너머로 숨어버리고

멋모르고 불려나와

소나무 깃털이 촘촘히 박힌 산 위에 올라서더니

얼굴이 붉어져서

못 속에 비친 제 얼굴 들여다보고 있는

동짓달 열엿새

둥근 달


맞은 편 기슭의 수양버들

춤을 추는 바람 곁에 서 있다가

제 흥을 못 이겨

우쭐우쭐 춤을 따라 추고


못 안에 박힌 청둥오리 떼

이가 시리게

검은 물을 쪼며

겨드랑이에 숨는 바람을 쫓고 있을 때


산을 내려와서

너른 들녘까지 따라 나오더니

바다가 보이는 재를 넘기도 전에

길을 잃고

시퍼렇게 얼어붙기 시작한

열엿새 둥근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