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동시
나무 교실
황포돛배
2008. 6. 25. 09:07
나무 교실
성인봉 길섶 나무 학교
비탈길 올라가서 교문으로 들어서면
얼굴이 검은 곰솔
푸른 이름표를 달고
멀쑥한 키 뽐내며
먼저 달려나와 꾸벅 인사를 하고
울타리 뒤에 기대어 숨는
섬쥐똥나무 곁에는
돌아서서 눈치를 살피는
허리 굽은 말오줌나무가 보이고
섬피나무, 섬단풍나무
정답게 어깨동무하고 뛰어와
말도 없이 꾸벅 고개 숙이고는
저만치 달아나 버리고
섬벗나무야 하고 큰 소리로 이름 부르니
제 이름은 섬벚나무인데요,
버찌가 제 별명이고요
오래 보지 않아 이름을 잊어 미안하네
섭섭하다 하지 말거라 봄날 이쁜이야
마른 손 비벼대는 쪽동백아
몰라보게 달라졌구나 우산고로쇠야
두꺼운 겨울옷으로 바꿔 입었니?
너도밤나무와 두메오리나무야
구석 자리에 앉지 말고
앞으로 나와 앉거라
햇살 난로가 따스한 양지쪽으로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창 밖을 내다보렴
알맞게 여문 섬의 늦은 가을 하늘
맑은 물결 넘실대는 푸른 바다 운동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