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동시
학교에 간 강아지
황포돛배
2008. 6. 25. 08:58
학교에 간 강아지
도대체 우린 어디 가서 예절을 배우라는 말인가
의젓하게 가릴 것은 가리고 살아야지
오늘은 학교에 한 번 가볼까
매끈한 몸뚱이를 살랑대며
방울까지 목에 달고 찾아간 학교
아무데나 들어가고 보자
열린 문틈으로 달려가다 보니
벽이 길을 막고 서서
너 어디 가는데 하고 묻길래
배우러 왔다니까
꼬랑지 짤래짤래 흔드는 걸 보고는
오줌을 누려면 왼쪽으로 가봐
거기가 화장실이야
여긴 어딘데 아이들이 둘러서 있니
화면 속에 나 닮은 작은 강아지 한 마리
뿅뿅뿅
쁑쁑쁑
온갖소리 내며 돌아다니는데
나 진짜 강아지야
아무리 말 해도
방울소리 듣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