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포돛배 2008. 6. 17. 19:27
 

저녁 바다


낮 내내 두르고 있던 안개 자락을

해거름 서늘한 바람이 걷어 갔지만

청명한 날에 보이던

아득한 수평선은 여전히 보이지 않아

갈매기 한 마리

엷게 남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면

밤배는 어둠 속에 작은 등불 하나로 떠서

느리게 돌아오고

물가 낮은 집들마다 켠 등불

아롱거리는 물 속 그림자로 흔들리며 자란다

내 삶도 가끔씩 안개 자락쯤으로 가릴 수 있어

깊은 속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면

작은 등불 하나 달고 길을 나서서

밤바다로 나갈텐데

어둠에 묻혀 흘러가고 싶은 데로

물살로 흐르고

바람으로 흐르고

가끔씩은 그리움으로도 흐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