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혼자 먹는 밥
황포돛배
2008. 6. 17. 19:16
혼자 먹는 밥
가족과 함께 지낼 때는
아내가 챙겨주는 밥상을 무심코 받으며 잊고 있다가
섬으로 와서 혼자 밥을 먹으니
치워야하는 그릇 수만큼이나 많은
날마다 치르는 일인
밥 한끼를 먹는데 동원된 수고스러움의 부피라니
식사라는 단순한 한마디 말에 따르는 의식의 장황함
긴 예비의 기간
잘 먹고 사는 일이
사치가 아니라도
예의를 잊고 지냈던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격식을 갖추다가
서글픔에 혼자 속눈물을 삼킬 필요도 없이
고삐에 메여 식탁 근처에서만 맴돌던 짐승처럼
주린 속에
밥덩이를 채워 넣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