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겨울, 비가 오는 오후
황포돛배
2008. 6. 17. 19:05
겨울, 비가 오는 오후
초겨울에는 비만 내려도 쓸쓸하다
어두운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 알갱이들
잘게 부수어져
바람을 타고 조심스럽게 흩어지는데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퇴근길
잔디가 넓게 깔린 길가 빈 집 마당에는
색이 바랜 잎 몇 개 떨어져 몰려있고
비에 젖어 반짝이는 그 잎들
예사롭지 않다
이런 저녁에도 나무는 그저 가만히 서서 비를 맞고 있다가
바람 소리에 놀라서 후드득거리며 몸을 떤다
때 맞춰서 돌아온 어둠
이미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며
불빛에게 자리를 내 달라고 어깃장을 놓고
돌아오지 않을 이들 날마다 길을 나서지만
그것이 그리움이든
이미 잊혀진 감정이든
사람들은 떠난 사람들을 쉽게 잊지 못하고
어두운 밖을 내다보며 불을 켜거나
바람이 불고 비마저 내리는 길로 나온다
그것이 그리움이든
아쉬움이든
또 다른 사소한 감정이든
지나간 것이라면 자주 돌아다 보아야하니
남은 날 가운데서
이토록 쓸쓸한 저녁은
또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