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고치의 단상(斷想)
누에고치의 단상(斷想)
오랫동안 살아가기 위해 마음먹고 집을 단단히 짓는 사람들이 많다. 높은 집이 아닌 단단한 집을 짓는 사람일수록 바램이 많다. 인내의 속살로 잠 재워진 푸른 뽕잎들은 제가끔 다른 꿈을 꾼다. 어두운 방을 만들어 오랫동안 힘들게 기다리며 안에 갇히는 일은 꿈꾸는 자의 구도(求道)행위다. 현란하고 당당한 자기 과시 시대에 꿈이 아름다우면서도 당당히 감추는 것은 미덕이다. 힘들여 높이 올라간 곳에서 내려서는 것도 힘이 들지만 스스로 그은 금을 넘지 않고 지키는 일은 더욱 힘들다. 가슴이 답답한 때는 견디어내지만 하기 싫은 일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창으로 걸러져서 비치는 엷은 햇살이 더 아름답고 몸을 숨기는 은유의 미덕을 뽐내려면 과시보다 더 교묘한 계산이 필요하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몸을 가리는 일이 당장에 필요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돌릴 수 없으니 은색 실을 뽑아 서둘러 감추어야 한다. 은밀하게 감추려면 귀족적 취향의 화려한 실을 뽑아내야 한다. 머리 속이 빈 것을 감추는 부드러운 혀처럼 위장이 필요하다. 푸른 잎을 흰 실로 바꾸는 연금술은 다섯 번의 깊은 잠을 잘 때마다 꿈속에서 본능으로 익혔으나 허영을 벗으면 벗을수록 투명해지는 속살이 안타깝다. 어둠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들과 하지 못하는 일들을 구분 할 수 있을 때 철저히 보호색으로 감추는 일부터 숨기는 일까지 모두 해내야 하는 작업은 뽕밭을 벗어나도 즐거운 노동은 아니다. 살아있다는 것을 잊을 만큼 긴 시간 동안 숨을 참아야하니 숨 참기에 익숙해지려면 자주 호흡을 짧게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