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안드로매다좌에서 푸른 행성의 그대에게
황포돛배
2008. 6. 17. 18:07
안드로매다좌에서 푸른 행성의 그대에게
그대가 떠난 빈자리를 어둠이 메웠나
어두운 공간 속으로 그대가 검은 등을 보이며 사라졌나
혼자 남아 있는 이곳에서 보이는 투명한 공간인 건넌 편 푸른 행성에서는 “삶”이 장기 공연 중이다
어두운 우주에 떠있는 푸른빛의 저 별에서는 모두가 무대 위의 배우다
서로가 관객으로 쳐다보는 세상이 모두 무대이고
타인을 볼 수 있는 모두가 관객이다
능란하지 못한 기교라도 숨김없이 보여 줄 수 있으면 능숙한 배우다
이웃 행성에서 누군가가 밖을 내려다보거나 쳐다보면
먼 곳에서 보내는 관심의 무게를 중력으로 느낀 수 있다
절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배우들은 움직이거나 멈추거나 주어진 역할을 한다
미세한 말의 흐름들이 시간의 벽에 부딪혀 사라지지만
대사를 들을 수 없어도 의미는 굴절 없이 전달된다
한 막이 끝나도 배우는 무대를 떠나지 않아
불은 여전히 켜져 있고
연기는 무대 뒤에서도 계속되고 관객의 시선은 줄기차게 따라 온다
연극은 막을 내리지 않고 이어지지만
관객이 먼저 극장 문을 나선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푸른 행성의 그대가 구사하는 언어를 내가 몰랐고
안타까움에 마른침을 삼키는 내 숨소리를 그대는 듣지 못했다
떠나는 그대를 따라가던 내 시선을 이내 거두었다.